1981년, 명동 골목길 한 켠에 자리 잡은 작은 라면가게는 ‘맛집’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작은 라면가게 ‘틈새라면’은 대표적인 골목길 브랜드의 성공사례로 꼽히기에 이르렀다. 180개가 넘는 가맹점 확보와 GS리테일 전용 PB제품 출시까지, ‘틈새라면’의 성공스토리는 이미 ‘유명세’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 성공스토리에 한국야쿠르트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20년 넘게 양산 브랜드 라면을 사용하던 ‘틈새라면’ 측에 먼저 손을 뻗은 것은 한국야쿠르트였다. 기존의 면발에 익숙해진 단골손님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용면으로 재료를 바꾼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 끝에 품질은 높이며 가격은 낮춘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뒤이어 2005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납품하는 GS리테일 전용상품에 ‘틈새라면’ 브랜드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파워’를 원하는 양측의 요구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보다 화끈하게 매운맛’을 필요로 한 고객들은 기존의 라면 대신 ‘틈새라면’을 집어 들었다. 4년 만에 ‘틈새라면’은 GS리테일 내 라면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에 이르렀고, 시장성을 확신한 한국야쿠르트는 유통채널을 일반 슈퍼 및 할인점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상반기 봉지면의 시장규모는 6,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소위 빅3로 불리우는 ‘신라면’,‘안성탕면’,‘삼양라면’을 합한 매출이 절반을 넘고, 기타 브랜드들이 ‘춘추전국시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시장상황이 과거에 비해 변화하고 있는 점은 하위 브랜드들이 ‘매니아층’을 굳건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신제품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의 제품가격을 개당 900원으로 정했다. 고급화된 재료를 사용하여 ‘프리미엄급’제품으로 발매함과 동시에 경쟁사의 고급제품군의 가격대보다는 낮게 책정하여 빠른 ‘매니아층’ 공략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중장기적으로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 브랜드를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는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기라성 같은 패션그룹 ‘이랜드월드’역시 ‘골목길 브랜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1980년 이대앞의 작은 옷가게에서 출발한 ‘이랜드월드’는 시장상황과 잠재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기반으로 2009년 현재 2,000여개의 매장을 가진 거대 패션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지역발 ‘골목길 브랜드’의 돌풍이 거세다. 2000년 대구 시내에서 시작한 ‘(주)다빈치커피’는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대구시장을 장악하고 서울에 2개 직영점까지 출점했다. 이른바 전국구 메이저 브랜드인 스타벅스(4개),할리스(9개),엔제리너스(7개),탐앤탐스(3개)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많은 54개의 매장이 대구에 집중되어 있다. 고급화 추세에 맞춰 ‘카페 다빈치’라는 브랜드도 추가했다. 전국구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언급한 세 가지 브랜드는 모두 두 평 남짓한 매장에서 첫 단추를 꿴 기업들이다. 고객의 욕구가 세분화됨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장의 감성을 ‘골목길 브랜드’가 채워주며 반격에 나선 샘이다. 계속되는 ‘2평의 반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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